이제 비밀에 감춰진 페루를 내 눈으로 직접 하기 위해 아침일찍 와카치나 리조트를 떠나 나스카로 향했다. 물론 어제 수리를 맡긴 카메라를 찾으며 피 같은 90솔(약 30달러)을 내야만 했다. 어제 부기투어에서 만난 영국 친구가 새로 산 것보단 적게 들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란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지^
이까에서 나스카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놈의 페루 버스는 매번 연착을 해서 거의 3시간 만에 나스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옆에 앉은 페루 사람이 자신이 여행한 사진을 조그만 카메라로 보여주는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Spanish로 계속 말해서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거의 300장의 사진을 본 것 같다.
나스카로 가는 길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모래와 자갈밖에 그런 황폐한 땅. 이러한 황폐한 땅에 나스카 라인과 그림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나스카에 도착할 때쯤 옆에 앉아있던 페루인이 창밖을 보면서 이곳에 나스카 라인이 있다고 했다. 마치 태평양을 보는 것과 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에 나스카 라인이 있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스카에 도착해 나의 페루 여행에서 최악의 경험을 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경비행기로 안내하겠다는 삐끼를 만났다. 이 녀석이 나를 어느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더니 자기네 회사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바람이 거세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니 우선 예약을 하고 3시에 자기를 다시 만나자고 했다. 우선 돈을 내라고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300솔, 약 100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100달러에 가까운 돈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왠지 그 사람을 믿을 수 없었다. 300솔을 우선 모두 내야 한다고 했지만 당췌 그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 50솔(약 17달러)을 디파짓으로 걸어놓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받고 다시 나스카 시내로 나와 약 1시간 30분 후 다시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혹시 나스카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절대 삐끼를 따라가지 마세요!!
나스카 시내를 거니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지 여행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 200솔이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삐끼의 말대로 오늘은 바람이 거세 비행기가 뜨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화가 난 맘에 그 삐끼를 찾으러 터미널로 갔다. 당연히 그 놈은 찾을 수 없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그 놈의 동료들에게 그 놈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고 했지만 리마로 떠났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더라. 한 20~30분 정도 그 사기꾼 녀석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결국 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50솔을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놈의 친구들에게 찾아가 그 놈한테 “그 50솔은 필요 없으니 너나 갖어라!”란 말을 하고 현지 여행사로 다시 찾아갔다. 나스카까지 왔는데 나스카 라인을 보지 못한다면 말도 안 되는 지라 몇 개의 그림을 볼 수 있는 타워를 차를 타러 가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영어를 잘 하는 운전수를 만났다. 원래 타워 2곳만 가는 것인데 보너스로 한군데 더 가주겠다는 조건으로 100솔을 내기로 했다. 이것도 사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안이긴 했지만 나스카의 역사에서부터 라인과 그림에 대한 착실한 설명이 있었기에 군말하지 않고 100솔을 주기로 했다.
정말 장관이었다. 나스카 문양 바로 옆에 있었지만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문양이 타워에 올라가니 그 실체가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 본 그림은 ‘나무’와 ‘손’ 문양이었다. 멋졌다. 두 번째 타워에서는 조금 더 많은 문양을 볼 수 있었다. Family란 이름의 나스카 문양이었는데 아이들 장난 같은 그림이었지만 그렇게 큰 그림을 2000년 전에 어떻게 그렸을지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조그만 언덕이었다. 그 곳에서 나스카 라인과 문양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발을 질질 끌면서 그렸던 그림과 같은 시스템인 듯 했다. 가장 의문인 것은 2000년 전 나스카인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그림을 그렸으며, 2000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 라인과 그림이 없어지지 않느냐는 것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페루에서는 이 문양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나스카 라인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전부이다.
분명 이러한 그림은 내가 어린 시절 발장난으로 그린 그림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을 텐데 굳이 노력과 힘을 들여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수많은 가설들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비밀이라고 한다.
나스카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이번 페루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저녁 8시 쿠스코행 버스를 탔다. 14시간이 소요되는 대장정의 여행이다. 하루를 꼬빡 새야 하는 버스 여행인 관계로 기존에 탄 보통 버스가 아닌 최고급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기 비즈니스 석과 같은 그런 널찍한 좌석이 있는 버스였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밤에 탄 관계로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영화 ‘천사와 악마’를 보고 일자로 쭉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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